[열린 세미나][ODF칼럼] “시민 참여로 완성되는 참여형 지도의 미래”(ODF 박지환 간사)

2018-06-21

박지환 변호사


커뮤니티매핑과 오픈데이터

커뮤니티매핑은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지도 만들기(Community Participatory Mapping)이라고 표현되며, 지도라는 틀을 가지고 지역계획과 의사결정에 주민참여를 이 끌어내는 것 외에,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그 지역에 대해 더 학습하고 또한 그 과정을 통해서 참여와 소통이 촉진된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데이터의 활용과 커뮤니티매핑", 임완수, 2014, 지방자치FOCUS)

한편 오픈데이터 측면에서 커뮤니티 매핑은 공공데이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도와 관련하여 공개되어 있는 공공데이터는 해당 지역의 사회문제를 발견하 는 유용한 정보로 기능하나 여러 카테고리로 분산되어 있거나 지의 현안을 신속하게 반 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에 지역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현안 관련 데이터를 직 접 생산하여 제공하는 커뮤니티매핑은 공공데이터와 상호보완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주요 사례 및 분류 

오픈데이터포럼 5월 열린세미나는 커뮤니티매핑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당일 필자가 소개한 커뮤니티매핑의 주요사례 및 분류 제안은 아래와 같다. 주체에 따라 크게 정부주도 의 정책지도와 민간주도의 커뮤니티매핑형 지도로 나누었으나 여러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그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1) 정부주도 정책지도 정부가 주도하는 사례는 크게 총괄형, 전문형, 소통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분류는 정 책지도 활용현황 및 발전과제 - 국토정책Brief 2015, 국토연구원 참조)

(1) 정부주도 정책지도

정부가 주도하는 사례는 크게 총괄형, 전문형, 소통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분류는 정 책지도 활용현황 및 발전과제 - 국토정책 Brief 2015, 국토연구원 참조) 

① 총괄형 

다양한 정책주제에 관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이다. 아래는 서울특별시에 서 제공하는 비상대피소 지도 데이터인데 서울시는 비상대피소 지도 외에도 다양한 주제 로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총괄형으로 분류하였다.

서울특별시 지도 서비스

map.seoul.go.kr


② 전문형 

특정 주제(건축행정, 도시계획, 주택부담 가능성 등)에 특화된 데이터 제공하는 전문형을 들 수 있다. 아래 사례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제공하는 지도 데이터인데, 탄성포장재 관련 안전성이라는 전문 주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정책지도1


③ 소통형 

마지막으로 국민 의견이나 감정과 같은 주관적 지표를 제공하는 소통형 정책지도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민간에서 주도하는 커뮤니티매핑과 성격상 큰 차이가 없고 시민사회 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아래 사례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제공하는 Mom편한 광산 지도이며, 시민들이 안전에 취약한 곳의 사진과 개선 제안을 직접 올릴 수 있고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진행상황이라는 코너를 통해 시민의 제안이 어떻게 처리되 었는지를 회신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정책지도2


나. 민간주도 커뮤니티매핑형 지도

민간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매핑형 지도는 아래와 같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겠 다. 

① 대정부제보형: FIXMYSTREET 정부에 민원이나 정책제안을 지도를 매개로 하는 FixMyStreet 사례를 들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영국의 mySociety라는 비영리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아래 사진에서 보듯 동물사체 처리나 도로보수 민원 등 시민의 제안을 지도에서 접수하여 지방정부에 전달하 는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의 소통형 정책지도와 유사하며 지방정부와의 협업과 지방정부 의 적극적 환류(feedback)가 프로젝트 성공의 중요한 요소이다.




영국 FixMyStreet 사례


② 주제별 정보제공형 

한편 공공데이터 내지 민간 서비스로 제공되지 않는 데이터를 보완하는 주제별 정보제공 형이 있다. 커뮤니티매핑센터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운영한 평창장애인접근시 설과 협동조합 무의가 진행하고 있는 교통약자환승지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러한 사 례들은 지역 현안 내지 특정 이슈에서 공공데이터를 보완하는 측면이 두드러지며, 시민 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가 성공 요소이다.

평창 장애인 접근시설 지도 사례 - 커뮤니티매핑센터

교통약자 환승지도 사례 - 협동조합 무의


③ 긴급상황 대비형 

한편 메르스맵과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가 부족할 때 시민들이 스스로 정보 를 제공하고 이를 매핑하는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강타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제대로 된 주유소 정보를 알 수 없어 커뮤니 티매핑 기법을 이용하여 실시간 온라인 주유소 지도가 제공된 사례가 있다.


④ 시민행동 촉구형 

단순히 지역의 현안을 파악하거나 주제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시민의 행동을 촉구하거나 의식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인 요소가 추가되는 프로젝트들도 존재한다. 가장 진화한 형태의 커뮤니티매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진행 된 Adopt a Hydrant(소화전 입양하기)가 대표적이다. 소화전 입양하기 프로젝트는 시민 스스로 지도에 표시된 소화전을 입양(adopt)하여 해당 소화전이 상시 기능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그 진행상황을 서로 공유하게 했다.


향후 과제 및 제언 

이날 패널로 참석해주신 시민사회, 지방자치정부 담당자, 개발자 등 각 이해당사자 그룹 에서는 커뮤니티매핑의 잠재력을 높이 사면서도 여러 과제를 제안해주셨다. 당일 패널분 들의 제안을 정리하고 필자의 제언을 덧붙여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역량강화: 시민의 디지털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교육과 프로젝트 기획의 중요성 

정책 의사결정과정에 시민의 직접참여 요구가 점증하는 최근의 현실에서 커뮤니티매핑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민참여라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시 민이 주인이 되게 하려면 참여하는 시민의 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의 역량(디지 털리터러시)강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커뮤니티매핑센터의 김현수 센터장은 커뮤니티매핑 과정에서 부정확한 데이터가 입력되 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민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며 참여하는 시민 들의 자정 과정을 통해 부정확한 데이터가 교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데 이터 수집에 대한 데이터 교육이 선행되었다는 전제 하에 부정확한 데이터의 교정 과정 역시 디지털리터러시의 학습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Adopt a Hydrant 프로젝트처럼 단순한 정보제공이나 대정부제보 를 넘어서서 시민들의 행동이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가 많아져 야 할 것이다. 예컨대 LA 소방국의 Pulse Point 앱의 경우 지도에 심장 관련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구급차와 구조대원이 출동하기 전 환자 근처에 CPR 경험이 있는 앱 이용 자에게 알림이 가 CPR을 시행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적극적 시민성(Active Citezenship)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가 단순 정보제공을 넘어서 시민들 의 참여와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 과정에서부터 위와 같은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2) 협업의 중요성 : 정부, 지자체, 소관부처, 공공기관간 유기적 협업이 요구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은 교통약자 환승지도 프로젝트에서 소관 부처와 공공기 관이 많고 이들과의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지하철 관리 주체가 복수이고 소관 부처 관할이 불분명한 사안도 있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매핑이 공공부문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다루는 주제가 고도화할수록 다 부처가 공동 으로 관할하여야 할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홍 이사장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범부처형 프로젝트는 협업형 거버넌스 구조의 부재로 진행 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추후 오픈데이터포럼은 협동조합 무의 사례처럼 민간주도 커뮤 니티 매핑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내지 공공기관과의 협업이 긴밀히 요구되는 경우 민과 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3)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 : 재원 및 오픈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 

커뮤니티매핑형 시민참여 프로젝트는 대부분 비영리단체가 주도하여 모금 등 제한된 재 원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의 개발, 데이터 정제 및 관리, 서버운용 등 커뮤니티 매핑에 필요한 재원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커뮤 니티 매핑이 일회성의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원 마련 고민은 필수적이다. 정부의 지원이나 공익재단의 지원 또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 등 기 존의 비영리 프로젝트가 다양한 재원 마련의 방식을 고민하되 사회적(임팩트) 투자나 비 영리스타트업 등 새로운 접근방식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오픈데이터 포맷으로 제3자가 자유롭게 이 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커뮤니티매핑의 결과 로 수집된 데이터를 Open API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프로젝트 결과물을 제삼자가 새로운 목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매핑의 의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재원의 확충과 프로젝트의 확장은 결국 커뮤니티매핑을 주제로 활동하는 시 민사회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최근 디지털사회혁신네트워크 등 데이터기반 사회혁신과 관련한 커뮤니티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는데, 오픈데이터포럼 은 이 같은 커뮤니티들이 데이터를 매개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현안을 해결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